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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향상 투자가 너무 부족한데 저탄소산업혁신은 어떻게 달성?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5차에 걸쳐 진행되는 토론회 중 3차 토론회인 ‘저탄소 산업 혁신방안’에 토론자로 초청되었다.

작년 산업분과에 참여하면서 ‘폐열회수’를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했지만 잘 반영되지는 못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금 아무 것도 안하는데 어떻게 2050에 잘 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취지로 토론하였다. 아래는 그 토론문이다.

[토론문]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구민회입니다. 토론에 초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토론시간이 5분이라서 짧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표자 네 분께서 공통적으로 지적해 주신 사항은 바로 ‘정부의 정책 지원, 정부의 예산 지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는 저탄소 경제의 핵심으로서 ‘제1의 연료’로 까지 불리는 에너지효율향상에 대해서 현재 국가 전체적으로 아주 적은 투자만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우리 정부의 예산이 너무 적은데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에너지효율향상을 위한 투자는 현재 얼마나 이루어 지고 있을까요? 연간 에너지사용량 2,000toe가 넘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장들이 한 해에 에너지절약에 투자했다고 신고한 금액은 2018년에 산업부문 8030억원, 건물부문 2328억원으로 합계 1조원 정도입니다. 국내 최종에너지소비의 45.8%를 차지하는 에너지다소비업체 전체의 투자액이 고작 1조원에 지나지 않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산업부 예산에서 에너지효율향상에 관한 예산 규모는 5000억여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3500억원으로 편성되어 있던 에너지절약시설융자사업은 올해 2차 추경에서 500억원이나 깎였습니다. 2차 추경 때 삭감된 산업부 예산은 이 사업이 거의 유일합니다. 물론 3차 추경에서 전혀 회복되지도 않았습니다. 또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산업부의 지역에너지절약 사업 예산도 고작 202억원에 불과합니다. 1개 광역시마다 12억원씩 나눠 받는 꼴입니다.

환경부와 국토부도 에너지효율향상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는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부의 중소기업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사업 예산은 66억원,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예산은 80억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녹색건축물보급 활성화 지원사업 전체 예산 규모도 2020년도 본 예산은 140억원에 그칠 뿐입니다.

이렇게 적은 정부 예산과 기업들의 적은 투자로 인해서 에너지효율향상에 관한 산업은 계속 쇠퇴 일로에 있습니다. 에너지절약기업이라고 부르는 ESCO 시장은 연간 수천억원대 규모에서 수백억원대 규모로 줄어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친환경차와 에너지효율 등의 청정에너지산업부문에서 가장 일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매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분야가 에너지효율이어서 2019년 clean energy sector의 335만개의 일자리 중에 71%인 238만개의 일자리가 energy efficiency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미미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서 어떤 특단의 대책이나 과감한 예산 지원이 없는 한 에너지효율과 관련한 산업이 앞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든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탄소 산업과 관련해서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들이 기존 화석연료 경제의 일자리들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거와 현재를 볼 때는 장밋빛 환상이나 백일몽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제대로 안 하고 별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무슨 근거로 목표를 달성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것(able)과 하기 어려운 것(difficult), 해야 하는 것(necessary)과 하고 싶은 것(wishful)들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에 우선 집중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하고 싶은 데 사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쫓고 있느라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면서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계획을 세우거나 말만 해서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행과 실행, 행동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투자를 통해서 효율을 향상시켜야 편익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규제와 인센티브는 2050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앞으로 수립될 발전전략에는 각 시나리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1)지금 현재의 정부 정책에서 바뀌어야 하는 내용, 2)국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총 투자액 규모, 3)총 투자액 중 정부 지원의 규모와 방안, 이 세 가지가 꼭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탄소산업 혁신 방안을 위해 새로운 item을 발굴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토론 마치겠습니다.

 

 

에너지효율 예산 500억원, 그 삭감의 기록

국가 전체의 에너지효율 관련 예산이 다 합쳐야 5000억원이다. 그 중 500억원이 올해 2차 추경에서 날아갔다. 어떻게 500억원이 삭감되었는지 자료를 정리했다.

예산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글을 썼다(‘에너지진단 보조사업’ 예산 6억에서 76억으로!, 수송 부문에만 집중된 에너지 신규사업 예산 비판, 3차 추경 중 그린뉴딜 그 외에도 여럿 있음).

그런데, 내가 놓쳤다. 2020년 4월말, 20대 국회의 거의 마지막 시점에 2차 추경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있었다. 그 때 에너지 효율 예산 500억원이 삭감되었다. 그리고 21대 국회의 3차 추경에서는 한 푼도 회복되지는 않았다.

한국에너지공단 사이트에 예산감액 공지는 5월 중순 올라왔다. [감액에 대한 공지사항]

그런데 현재 접수현황을 보면, 총 신청금액은 자금 총액을 초과했다. [2020년 7월 9일 현재 접수현황]

국회에서는 이에 관해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국회의원 이철규와 산업부 장관의 토론, 산업위 1차 회의]

머리 속이 복잡한데, 질문으로 정리를 시도해 보면,

  • 산업부는 다른 사업들 중에서 왜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는가?
  • 20대 국회 산업위 국회의원 중 이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왜 이철규 의원 뿐인가?
  • 이 문제를 지적한 언론은 왜 전기신문이 유일하고 그것도 7월이 되어서인가?
  • 신청만 많았지 집행 실적은 아직 적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정승일 차관의 발언의 내용은 타당한가?
  • 올해는 3000억원 어치의 에너지효율투자만 하면 된다는 신호가 시장에 떨어진 것 아닌가?
  • 에너지효율향상이 얼마나 하찮은 사업인지 여실히 증명하는 사건 아닌가?
  •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이나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은 어떻게 이행하려고 하는 것인가?
  • 왜 산업부 홈페이지 예산 게시판에는 본 예산 자료까지만 나오고 추경예산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는가?

나 개인적으로는

  • 나는 이것을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가?
  • 내가 일찍 발견했어도, 내가 삭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산업부 계획이 무산되고 그럴 권한/위치/자격/능력이 있는가?
  • 내가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에 내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가?
  • 이걸 왜 나만 문제삼는 느낌이냐?
  •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좋아해야 하나?
  • 그리고 500억 지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튼 관련 자료를 모아둔다.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엔지니어링 산업혁신

2020. 5. 7, 산업파급효과가 크고 고용증대에 효과적인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혁신전략이 발표되었다.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우리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 ESCO(Energy Saving Company, 에너지절약전문기업)가 있다. 사실 ESCO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엔지니어들이 진단과 컨설팅을 통해서 도출한 에너지효율화 아이템을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ESCO의 핵심은 에너지효율화 공정을 설계하거나 에너지고효율 설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산업이 부족하다는 설계, 그 중에서도 이 혁신전략에서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기본설계와 관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ESCO 산업이 한없이 쪼그라 들어있다.  (관련 글 -> 1, 2, 3, 4, 5, 6)

 

엔지니어링 혁신전략을 모두 읽어 보았지만, ESCO에 대한 내용은 없고, 에너지효율화 또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왜 엔지니어링 산업을 혁신해야 하고, 엔지니어링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에너지효율화나 온실가스감축과 연계시켜야만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 않고, 엔지니어링 산업만을 위한 혁신이나 ‘디지털’이나 ‘4차산업혁명’을 띄우기 위한 들러리에 멈춘다면, ‘또 대형토건이네’, ‘기본도 없으면서 무슨 디지털, 빅데이터냐’라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

내가 정책입안자, 정책결정권자라면,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높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주인공, 엔지니어링 산업!’이라고 목표를 세우고 엔지니어링 산업혁신 전략과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엮었을 것이다. 물론 엔지니어링 혁신전략과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만든 공무원, 담당과, 담당실이 달라서 정책의 넘나듦이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산업부라는 한 부서, 같은 차관 밑에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