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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 혁신전략, 2020년 정부예산부터 대폭 반영돼야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이 8월 21일 발표됐다.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여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대로 이행할 경우2030년 최종에너지 소비 2960만toe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서울특별시 연간 에너지소비량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혁신전략은 ①에너지효율 혁신 필요성 ②에너지소비 현황 ③에너지효율정책 평가 ④에너지효율 혁신 추진방안 ⑤에너지효율 연관산업 육성방안 ⑥기대효과, 그리고 ⑦추진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④에너지효율 혁신 추진방안’에서는 그 추진방안으로 각 부문별 효율혁신, 시스템·공동체 단위 에너지소비 최적화, 그리고 에너지효율 혁신 인프라 확충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산업부문에서 자발적 효율목표제를 도입하고,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의 활용을 확대하며, 건물부문에서 한국형 에너지스타 건물을 도입하고, 고효율 가전과 조명기기를 확산시키며, 수송부문에서 차량 평균연비를 제고하고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구축한다.

혁신전략 중 에너지효율 혁신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에너지소비 현황에 대한 비판, 이제까지의 에너지효율정책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③에너지효율 평가’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적극 동의한다. 산업부문의 경우 배출권거래제로 다소비사업장의 에너지효율을 간접적으로 관리하는데, 직접감축을 위한 효율향상 투자는 유인이 없어서 감소 추세에 있다. 건물부문의 경우는 기존건물 효율평가체계가 미비해서 소유주의 효율향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그린 리모델링 지원규모도 너무 적었다. 수송부문도 에너지소비량이 승용차의 5배 수준인 버스나 대형트럭 등 대형차량에 대한 평균연비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혁신전략에서 문제점은 정말 제대로 짚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지금부터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시급성은 엿보이지 않는다. 또 2030년까지 기다리거나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기존정책수단을 보완해서 지금부터 바로 고쳐 나가겠다는 자신감은 부족해 보인다. 즉, 산업부문의 경우 자발적 효율목표제 도입,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보급, 마이크로그리드 산단 조성 등 새로운 효율혁신 전략을 통해서 2030년까지 1070만toe를 줄이겠다고 한 반면, 의무진단, ESCO, 절약시설 설치융자 등 기존 정책수단을 통해서는 그의 8분의 1에 불과한 170만toe를 줄이겠다고해 대부분은 새로운 혁신전략에 감축활동을 맡겨 놓았다.

지금 당장 기존 정책 수단을 보완해서 제대로 이행하면 2030년까지 170만toe가 아니라, 매년 170만toe 이상도 줄일 수 있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장들이 이제까지 의무적으로 받은 에너지진단결과만이라도 최소한 전부 이행하게 하고, 공제받을 수 있는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액의 규모를 대폭 늘려 투자가 활성화되게 하고, 기존건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사업 지원 규모도 수 십 배 더 키우고, 배출권거래제도 기업들이 할당 많이 받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에서 벗어나 감축 투자 활동에 나서게끔 개선하는 일은 뒤로 미룰 일이 아니고 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기존 정책수단은 새로운 효율혁신 전략과 달리 절감 잠재량이 충분히 파악돼 있다. 특히 2018년도 에너지진단 결과를 보면 의무진단 대상 627개 사업장의 에너지절감 잠재량이 연간 55만toe로서 2030년까지 기존 정책 수단으로 줄이겠다고 계획한 170만toe의 32%를 차지한다. 새로운 효율혁신 전략을 통해서 줄이겠다고 한 1070만toe과 비교하면 5%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이다. 이렇게 크고 분명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혁신전략의 초점은 기존 정책수단을 보완하고 제대로 이행하는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과제를 이행하고 목표를 이루려면 국가 전체적으로 돈이 얼마가 드는지가 혁신전략에는 나와 있지 않다. 어떤 정책의 성공은 돈과 조직에 있다. 혁신전략에 ‘에너지효율을 높여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2030년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매년 20조가 쓰이도록 하겠다!’라는 선언이 들어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했다. 물론 이는 혁신전략의 문제만은 아니다. 2030온실가스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역시 돈 얘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혁신전략을 한정해서 보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자발적효율목표제를 도입해서 원단위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려면 기업들은 매년 얼마를 투자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보조금으로 직접 지원할지, 아니면 세액공제로서 간접적으로 지원할지가 나와야 한다. 또 에너지효율 서비스 솔루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매년 들어갈 보조금은 얼마가 될지는 물론 20년 이상 된 472만1000동(35년 이상 216만9000동)의 노후건축물을 전면 그린 리모델링 하는데 필요한 돈은 총 얼마이며 그것은 어떻게 조달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편,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의 기대효과로2030년까지 에너지효율 분야 신규일자리가 6만9000개가 창출되는데, 혁신전략 주요과제 이행으로 4만8000개, 효율 연관산업으로 2만1000개가 생긴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효율이 만들어 낼 양질의 일자리 규모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에너지효율 부문에서 2018년 한 해에만 7만383개가 새롭게 늘어났다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건설분야에서2만809개, 전문직과 효율화 사업분야에서 3만4683개, 제조 분야에서 6004개, 유통 분야에서 1만2845개, 기타 서비스 분야에서 2001개가 증가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진단, 컨설팅, ESCO, 측정, 검증, 설계, 제조, 건설,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또 혁신전략에서 말하는 에너지의 수요, 공급, 환경 등을 망라한 통합 에너지 빅데이터 개방·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고, 만들어진 데이터를 이용하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겨나면 또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안타깝게도 혁신전략에서는 에너지효율화 시장이 얼마나 크고 유망하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지에 대한 비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혁신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매년 수 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고 그 일자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그래서, 2030년까지 6만9000개가 아니라 매년 6만9000개가 늘어날 수 있다는 큰 꿈이 필요할 때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데 소홀히 해서 세계와 약속한 온실가스배출량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압박을 받아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칠 수 있다. 그런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 우리 힘과 기술로, 우리 나라에 투자해서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여서 이런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혁신 전략에서 에너지 효율 혁신 필요성과 에너지소비의 문제점을 잘 말했다.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당장의 행동으로 지금부터 줄여 나가자. 그런 점에서 2020년 정부예산부터 당장 에너지효율 관련 예산을 아주 많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