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기고

2018.7.18.자 서울신문에 내 기고문이 실렸다.

지면관계상 편집 과정에서 수정되었는데, 원문은 아래와 같다.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화, 더 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구민회

2018년 7월 현재, 환경부는 온실가스로드맵을, 산업부는 제3차에너지기본계획을 각각 수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투자 없이 달성한 에너지 효율화는 분명 최고이지만 투자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화에 얼마나 투자했을까?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에 의하면 에너지다소비사업장 중 산업부문 전체인 2,881개 업체가 2016년 한 해 에너지효율에 투자한 금액의 총계는 1조 원 정도이다. 이마저도 2014년 1조4천억 원, 2015년 1조1천억 원에서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철강, 전자, 정유, 화학, 시멘트 등의 우리나라의 모든 에너지다소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다 합쳐도 에너지 효율에 투자한 금액이 1조 원 정도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미미한 투자를 통해 얻은 에너지사용량 절감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하다. 이러한 적은 절감량으로는 증가하는 에너지사용량을 따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결국 산업부문 최종에너지사용량은 GDP 증가율보다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혹시 에너지 효율화 여지가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장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의해서 의무적으로 에너지진단을 받는데, 지난 5년 간 에너지진단 결과를 살펴보면, 진단결과만 이행했더라도 투자회수기간 평균 2년에 불과한 투자를 통해 4% 내외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왜 에너지 효율화에 투자를 하지 않을까?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에너지 사용량도,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어든다는 것을 잘 안다. 아울러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가능경영원에서 업종별 에너지효율화·온실가스감축 기술을 꾸준히 연구·소개하고 있어 효율화 기술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에너지효율화 의무가 없다. 에너지 진단은 의무이나, 진단결과에 따른 효율화 이행 의무도 없고,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대한 제재도 없다.

에너지효율화는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항상 밀린다. 여수, 울산, 대산 등지의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보면, 공장의 실무자들은 어느 공정에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면 에너지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고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본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유가 50불 이상일 때 다시 보자’느니, ‘돈 안 들이고 하는 방법 찾아’라는 식으로 투자를 미룬다.

어떻게 해야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우선 에너지절약시설투자 세액 공제를 늘려 이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 기준 1%인 공제율을 2013년 수준인 최대 10%까지 늘리고, 공제 한도를 폐지하며 최저한세의 적용까지도 배제하자. 다만, 세액 공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여, 에너지 절감량·절감률, 온실가스 절감량·절감률에 공제율이 연동되도록 하고, 효율화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여 약속한 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지 여부를 추적·평가하자.

그 다음으로, 에너지 가격이 제대로 산정되어 에너지 소비 부담이 확실하게 지워져야 한다. 대용량의 보일러에 싼 석탄을 원료로 한 저렴한 스팀이 만들어지는데 누가 폐열이나 증기를 재활용하는 설비투자에 선뜻 나서겠는가?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화의 진척이 미비하다면 에너지진단 결과나 이에 준하는 효율화 조치를 이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더불어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실제 효율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측정·검증·보고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산업부에 바란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기본계획에 단골로 들어가는 수요관리 방법이지만 산업부의 확고하고 지속적인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 산업부는 에너지 효율화의 장/단기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구체적인 기술과 방법은 민간에 맡기자. 아울러 효율화 달성 결과를 지속적으로 챙기고 이행에 보다 관심을 두자. 에너지신산업 같은 새로운 것만 찾지 말자.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이 시행되고 있지 않는가. 구닥다리 취급하기 전에 일본의 에너지절약법 만큼 개정·보완해서 잘 써 보자.

마지막으로 환경부에도 바란다. 에너지효율화는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켜 온실가스를 줄일 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과정의 오염물질 감소에도 기여한다. 즉, 에너지 효율화는 산업부만의 목표가 아니다. 특히 환경부 주관사업인 온실가스로드맵에서 산업부문 효율화를 내걸었던 계획이 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를 독자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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